홈플러스 채권자 표결 — 4.1조 유출 뒤에 남은 1.9조 회계 미스터리
채권자들이 홈플러스의 운명을 결정한 9월 2일, 표 뒤에 숨은 숫자들은 사모펀드 인수 10년의 대차대조표를 보여준다.
- 9월 2일 서울회생법원 관계인집회에서 홈플러스 수정 회생계획안이 표결에 부쳐졌고, 담보권자 75%·채권자 66.7%·주주 50% 동의를 넘기면 법원이 4일 최종 인가한다.
- MBK파트너스는 2016~2024년 홈플러스 자산 4조1200억원을 빼가고 재투자는 7606억원에 그쳤으며, 회생 신청 엿새 전엔 부채 1조1566억원을 자본으로 재분류해 완전자본잠식을 피했다.
- 표결 결과와 무관하게 사모펀드의 차입매수·자본 회수 구조를 손보는 법 개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다음 홈플러스를 막을 장치는 아직 없다.
무슨 일인가
9월 2일 오후 3시, 서울회생법원 제1호 법정에서 홈플러스의 수정 회생계획안을 표결하는 관계인집회가 열렸다. 회생담보권자 75% 이상, 회생채권자 66.7% 이상, 주주 50%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8월 31일 기준 동의율은 공익채권 분할상환 59%, 물품대금(납품업체) 채권자 64.4%, 임직원 87.9%로 집계됐다 — 납품업체 동의가 가장 큰 변수였다. 가결되면 법원은 9월 4일 최종 인가 여부를 결정하고, 부결되면 회생절차가 폐지돼 파산 수순을 밟는다.
이번 표결까지 오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올해 7월 3일 필요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절차가 폐지됐고, 열흘 뒤인 7월 13일 사전 공지 없이 전국 67개 점포 영업을 일제히 중단했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규모 운영자금을 개인 연대보증까지 서며 지원하기로 하면서 법원이 절차를 되살렸다.
왜 지금이 분수령인가
이 표결이 유독 무거운 이유는 액수가 아니라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가'에 있다. 홈플러스는 2015년 MBK파트너스가 7조2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국내 최대 규모 차입매수(LBO) 사례로 꼽혔다. 인수 자금 상당액이 홈플러스 자체 자산을 담보로 조달돼, 회사가 자기 빚을 스스로 갚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2024년 2월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추자, 검찰은 MBK와 경영진이 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알고도 단기채(기업어음·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 발행을 이어갔다고 의심한다. 강등 인지 후에도 820억원 규모 단기채를 추가 발행했다는 것이다. 단기채 잔액 약 6000억원 중 절반가량인 3000억원어치가 증권사 20여 곳을 거쳐 개인·법인 투자자에게 팔려나갔다 — 상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 자산을 일반 투자자에게 판 셈이어서, 2013년 개인투자자 피해로 번진 동양그룹 사태와 자꾸 비교된다.
숫자로 보기
이 사태의 실체는 두 숫자에 압축돼 있다 — 사모펀드가 회사에서 얼마를 빼갔는지, 그리고 파산을 피하려고 장부를 얼마나 손봤는지다.
MBK는 2016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홈플러스 자산 4조1200억원어치를 팔거나 빼냈다. 같은 기간 재투자한 금액은 7606억원, 유출액의 5분의 1도 안 된다. 차액 3조3600억원은 대부분 인수 부채와 이자를 갚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 회사를 키우기보다 인수 빚을 회사 자산으로 되갚은 셈이다.
더 결정적인 숫자는 회생 신청 엿새 전에 나왔다. 홈플러스는 2월 26일 특수목적법인 한국리테일투자와 맺은 계약으로 1조1566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상환권 주체를 바꿔 이를 부채에서 자본으로 재분류했다. 여기에 토지 자산재평가를 더해 자본에 얹은 금액은 총 1조9306억원이다. 이 조정이 없었다면 2월 말 자본총계는 1조4857억원이 아니라 마이너스 4449억원 — 완전자본잠식이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 계산이다. 홈플러스 측은 "외부 회계법인의 객관적 검토를 거친 적법한 처리"라고 반박한다.
쟁점 — 회계는 적법했나, 사모펀드는 충분히 감독되고 있나
입장은 뚜렷하게 갈린다. 홈플러스와 MBK는 RCPS 재분류와 자산재평가가 회계기준에 맞고 외부 감사도 통과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완전자본잠식을 가릴 목적의 시점 조작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찬진 금감원장은 대주주 MBK에 대한 중징계를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야당은 한발 더 나가 "사모펀드의 자본 약탈에 파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패턴이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2005년 베인캐피털·KKR·보나도가 75억 달러에 인수한 미국 완구업체 토이저러스는 부채 상환액이 영업이익의 97%를 삼키다 2017년 파산해 일자리 3만 개가 사라졌다. 시어스·페이리스·클레어스 등도 같은 차입매수 뒤 파산 경로를 밟았다 — 회사를 인수해 자산으로 빚을 갚게 하는 구조 자체가 반복되는 위험 신호라는 뜻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표결이 가결되면 법원은 9월 4일 인가 여부를 결정하고, 홈플러스는 '법정관리 졸업'의 첫 관문을 넘는다. 하지만 그다음이 더 험하다. 현재 회생계획은 몸집을 줄인 뒤 새 인수자에게 매각하는 구조여서, 실제로 사겠다는 원매자가 나서지 않으면 계획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직접 고용 1만2000명에 협력업체·특수고용직까지 더하면 최대 10만 명의 생계가 이 매각 성사 여부에 달려 있다.
부결되면 회생절차는 폐지되고 홈플러스는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이번 사태가 남긴 숙제, 즉 차입매수 사모펀드의 레버리지를 어디까지 규제하고 파산 시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는 표결 결과와 별개로 국회에 남는다. 다음 인수합병 대상 기업의 임직원과 채권자가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지 않으려면, 이번 국회에서 계류 법안이 실제로 통과되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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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위 출처들의 보도와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nuloq이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직접 분석해 작성했습니다. 투자·법률 판단의 근거가 아니라 정보 제공이 목적이며 작성 시점 기준의 사실관계를 담고 있고, 오류가 발견되면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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